홈 > 질환교육 및 홍보 > 뉴스

뉴스


"멈춰선 신약 급여, '건강고아' 폐동맥고혈압 환자 외면하지 않길" 박선혜 기자

관리자
2026-05-17
조회수 71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 윤영진 대표
"정부가 경제성 논리에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을 가둬두고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는 올해부터 질환 인식 개선, 환자 중심 치료 환경 구축을 위해 '질환의 날(달)'에 해당하는 환자 인터뷰를 진행한다. 

환자인터뷰를 통해 관련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치료 환경, 그리고 질환을 극복하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질환'이 한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 및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질환이 환자 개인과 그 가족 만의 '무게'가 아닌,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될 수 있도록 인터뷰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편집자주>


어린이들의 활기로 가득 차는 5월 5일.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에게도 이날은 휴일 이상의 각별한 의미가 있다. 

매년 5월 5일은 세계폐동맥고혈압의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폐동맥고혈압을 널리 알리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정됐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 우심실에서 폐로 이어지는 혈관 압력이 높아지는 희귀질환이다. 폐의 혈액순환이 나빠져 결국 심장이 비대해지고 약해진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을지라도 질환이 진행되면서 가벼운 움직임에도 숨 가쁨과 피로감을 느낀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조차 심장에 무리를 줘 쉽지 않다. 게다가 고가의 치료비와 평생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는 경제적·심리적 압박이 환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비록 숨이 가쁘고 걸음은 느릴지라도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고통을 나누며 보폭을 맞춰 내일을 향해 걸어간다. 

메디칼업저버는 세계폐동맥고혈압의 날을 맞아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 윤영진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이 보다 가치있는 삶을 살면서 희망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그는 오늘도 숨을 한 번 더 고른다.


절망과 슬픔의 시간···그럼에도 좌절하지 않아

그가 폐동맥고혈압을 진단받은 건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오진되면서 질환을 제대로 진단받기까지 4년이 더 걸렸다. 뒤늦게 마주한 폐동맥고혈압 이름표는 그에게 절망감과 슬픔을 안겼다. 

그는 "처음 폐동맥고혈압을 진단받았을 때 질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한동안 멍했다"며 "병원에서는 3년 내 생존율이 50%, 5년 내 생존율이 30%라며 치료제가 없다고 말해 절망감이 상당했다. 자다가 심장마비로 죽을까 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진단 당시 그는 폐동맥고혈압 정보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직접 질환 정보를 찾아 나섰다.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출판된 지 10여 년이 지난 미국 서적 번역본을 찾아보기도 했다.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선지 반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는 질환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이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 한정된 체력을 아껴 쓰기 위해 불필요한 일정을 정리했고 심장에 무리를 주는 감정 소모와 행동반경을 최소화하며 효율적인 일상 설계를 시작했다. 

그는 "질환 진단 이후 음식을 짜지 않게 먹으려고 노력하면서 약을 꾸준히 복용했다. 반년이 지나서야 마음이 조금 안정돼 휘트니스센터에 병명과 주의점을 이야기하고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을 시작했다"며 "폐동맥고혈압 관련 책과 영상을 보며 질환에 대해 꾸준히 학습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운동과 식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 윤영진 대표.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파랑새' 윤영진 대표.

"일반 고혈압이 아닌데"···차가웠던 주변 시선
환우회 인연이 '가치 있는 삶을 살자'는 다짐으로 이어져


폐동맥고혈압 진단 이후 주변의 차가운 시선도 그에게는 이겨내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일반 고혈압과 달리 폐동맥고혈압 인지도가 낮아, 질환 원인이 환자 본인에게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는 "병명을 이야기하면 고혈압으로 오해해 그 원인이 운동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폐동맥고혈압은 대부분 원인 불명이 원인"이라며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1층에서 2층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무거운 짐을 들면 안 되며 횡단보도를 제 시간에 건너는 것 조차 힘들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인다며 핀잔을 듣기도 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심리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그는 환우회라는 쉼터를 만났다. 환우회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과거와 현재 글을 읽으며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는 점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안정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 인연은 '가치 있는 삶을 살자'는 다짐으로 이어졌고 2019년 환우회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대표가 된 이후 환우회 활동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환우회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환자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2020년 중앙대 사회복지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2년 반 동안 학업과 활동을 병행했고 2021년부터 본격적인 환우회 사업을 시작했다. 

질환교육동영상, 마음안정을 위한 웹툰, 질환인식 동영상, 질환 홍보 영상 제작, 폐동맥고혈압환자안내서(출판책) 등을 제작하며 환우회에게 필요한 활동을 하나씩 일궈 나갔다. 또 그는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책섹션과 국회토론회 발표에 참여하며 질환 알리기에 나섰다. 

그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사회복지를 바탕으로 한 환우회 사업 방향이 명확해졌다"며 "환우회는 환자들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환자들을 위한 독립적인 사업을 환우회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8월 운동안내서 출간해 올바른 운동법 제시


오는 8월 환우회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올바른 운동법과 주의사항을 담은 책인 '파랑새를 위한 운동안내서'를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의 출간은 지난 5년간 쉼 없이 달려온 환우회 사업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그는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자신의 심장을 이해하고 최대한 아껴 쓴다는 마음으로 운동해야 한다. 이에 운동안내서에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적합한 운동 강도, 스트레칭 방법 등 정보를 담았다"며 "이를 통해 정확한 운동 정보가 환자들에게 퍼져나가 올바른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운동안내서가 출판되면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위한 도구와 자료는 어느 정도 틀을 갖추게 된다고. 이후에 그는 환자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교류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환우회 사업은 운동안내서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후에는 환자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1년에 1번이던 정기 모임을 2번으로 늘려 환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또 병원에서 주최하는 환자모임에 참석하고 희귀질환연합회의 정책 추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 신약 등장했지만 급여 절차 지연돼 애가 타는 환자들


윈레브에어 건강보험 적용 촉구에 관한 국민청원.윈레브에어 건강보험 적용 촉구에 관한 국민청원.

폐동맥고혈압은 암보다 생존율이 낮은 데다 신체적 제약과 심리적 부담 등으로 삶의 질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치료 길이 요원하다는 점은 환자들을 절망 끝으로 내몬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선 윈레브에어(성분명 소타터셉트)가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한 줄기 빛으로 떠올랐다. 기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는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이 잘 흐르게 해 증상을 지연시켰지만 혈관 자체가 두꺼워지는 근본적인 질환의 진행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이와 달리 윈레브에어는 혈관 벽을 비정상적으로 두껍게 만드는 액티빈 신호를 차단하고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신호와의 균형을 회복시켜 변형된 혈관 구조를 되돌린다. 즉, 질병의 근본적 개선 가능성을 제시해 획기적 치료제로 평가된다.

정부는 윈레브에어를 혁신 신약으로 인정하며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차 약제로 선정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약제 허가 이전부터 평가와 협상을 병행해 등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급여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 속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마음은 애가 타기만 한다. 

이에 환우회는 지난달 23일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 촉구에 관한 청원'을 올리며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5월 23일까지 5만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예산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환자 권리와 인권 시각으로 접근하며 어떻게 해서든 지원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성 논리에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가둬놓고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윈레브에어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소중한 약제이자 중요한 치료 전환점이다.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우울하거나 자책하지 않길 바라며···"병은 죄가 아닙니다"


그는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이 우울하거나 자책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출시되고 있으니 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다 보면 보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는 "폐동맥고혈압을 진단받은 이후 몸은 이전의 내 몸이 아니다. 이미 심장은 커졌고 체력은 기존의 50~70%이기에 새로운 몸에 맞게 경제·가정활동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우울해지거나 자책할 수 있지만 병이 있다는 게 죄가 아님을 기억하고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와 의료계에도 폐동맥고혈압 등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희귀질환 환자들은 건강고아(health orphans)라고 불리는데, 정부와 의료계, 제약사 등 사회적 관계에서도 고아이기도 하다"며 "다른 나라의 정부는 희귀질환 환자를 지원하고 제약사는 꾸준히 기부하며, 의료계는 앞장서서 환자 권리를 대변한다. 희귀질환환우회의 재정과 인력이 모두 열악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가 이를 외면하지 않고 실질적 지원과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진행한 그의 사무실에는 그가 촬영한, 캔버스 위에 유채 물감을 겹겹이 덧칠한 듯한 그림 같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흔히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 역설적으로 '그림 같다'는 말을 내뱉듯 그의 사진이 그랬다.

그의 사진에는 한 컷을 찍기 위해 그가 감내했을 가쁜 숨과 기다림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이 녹아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이후에도 그의 사진은 잔상처럼 남아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사진찍기가 취미이지만 최근에는 많이 나가지 못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카메라 가방을 들고 다시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지금보다 한결 더 가벼워져 세상의 아름다움을 뷰파인더에 보다 편안하게 담아낼 수 있길 응원한다.


https://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0946


0 0